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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인생] 60년 냉면과 함께 살아 온 '한마음냉면' 김현근 사장

1988년부터 대전 유성구 원내동서 '한마음냉면' 경영

  • 입력 : 2022.11.29 16:26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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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객 허영만 화백이 배우 성지루 씨와 함께 ‘백반기행’을 촬영하기 위해 한마음냉면을 찾았다.
▲ 식객 허영만 화백이 배우 성지루 씨와 함께 ‘백반기행’을 촬영하기 위해 한마음냉면을 찾았다.

장인의 길은 고행길이다. 고집스러운 외길은 외롭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목을 잡는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가를 이뤘다고 해서 장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장인이라는 이름은 자신이 부르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불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시작해 모두가 ‘엄지척’하는 곳에 이르기까지, 그 힘든 길을 걸어왔기에 장인이라는 이름에는 존경심이 담겨있는 것이다.[편집자 주]


[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냉면의 장인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평생을 냉면에 바친 사람을 만났다.

김현근 씨(73). 대전시 유성구 원내동에서 ‘한마음냉면’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0대 초반에 냉면 만드는 기술을 배워 60년 삶을 오로지 냉면에 매달렸다.

만나기 위해 위치를 묻자 김 사장은 이렇게 일러줬다. “내비에서 한마음냉면을 치세요. 한마음면옥이 아니라 한마음냉면입니다.”

옥호가‘면옥’인 집은 냉면 이외에 만둣국이나 갈비탕 등 다른 메뉴들도 내는 집이고‘냉면’인 집은 오로지 냉면만을 내는 집이라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냉면에 대한 사랑과 냉면 장인다운 자부심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냉면은 단순한 음식이다. 면에 차가운 육수를 부으면 끝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냉면은 만들기 까다롭고 일정하게 맛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섬세한 음식이다.

한식 국물의 최정점이 냉면 육수다. 따라서 냉면으로 성공하려면 특단의 각오와 노력, 정성이 필요하다.

김 사장이 만드는 냉면의 맛은 어떨까. 얼마 전 식객 허영만 화백이 한마음냉면을 찾았다. 단골이라는 배우 성지루 씨와 함께 ‘백반기행’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육수 맛을 본 허 화백의 첫마디는 “육수가 좀 세다. 다른 집 육수보다 육향이 강하네”였다고 한다. 쇠고기향이 진하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고기육수를 뽑을 때 아롱사태를 쓰기 때문이다.

▲ 한마음냉면 김현근 사장이 고기육수를 우려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한마음냉면 김현근 사장이 고기육수를 우려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아롱사태는 다리 안쪽 근육으로 소 한 마리에서 700g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부위다. 육향이 진하고 육즙이 풍부해‘아롱사태를 먹으면 소 한 마리를 먹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소고기 맛의 진수로 꼽힌다. 아롱사태와 사골로 뽑은 진한 육수에 동치미를 7대 3으로 섞어 냉면 육수로 낸다.

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이 반반이다. 메밀 함량이 높으면 메밀의 풍미가 살지만 툭툭 끊어져 식감이 떨어진다. 반대로 전분의 양을 높이면 쫄깃하지만 메밀의 풍미가 떨어진다.

게다가 육향이 강한데 메밀 풍미도 강하면 서로 부딪혀 맛이 살지 않는다. 육향이 센 육수와 졸깃한 면이 잘 어우러지는 비율을 찾아내 맞춘 것이다.

그래서 그 맛은? 냉면 마니아인 허 화백은 육수에 대해서는“찝찝한데 쭉쭉 들어간다”, 면은 “색깔은 함흥식인데 씹을수록 고소하다”고 했다. 총평은 “맛있다”였다.

김 사장은 부여 사람이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양복 기술을 배우겠다며 식구들 몰래 대전으로 왔다. 하지만 그를 거둬준 곳은 양복점이 아니라 사리원면옥이었다.

대전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대전을 대표하는 평양냉면집, 사리원면옥에서 그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냉면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북식 냉면을 내는 집은 고집이 있다. 육수는 양념 맛이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고 고기국물 안에 은근히 깊게 배어 있어야 한다. 처음 먹을 때는 밍밍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다가 몇 번을 거듭 먹고서야 서서히 맛을 알게 되고, 급기야는 중독의 기미마저 느끼게 되는 맛을 추구하는 것이다.

1988년 대전시 신흥동에 처음 자신의 식당을 낼 때 김 사장도 그런 냉면을 만들었다. 냉면을 만들어 가면서 자신만의 맛을 가진 냉면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고 맛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밍밍했던 육수에 서서히 육향이 배어들고 육향은 점점 진해졌다. 육향이 진하게 밴, 졸깃한 면발의 지금의 냉면이 조금씩 완성되어 갔던 것이다.

위기도 있었다. 2016년 냉면을 그만두려 했을 때 오랜 단골손님이 붙잡았다.

“한마음냉면이 냉면을 그만두면 대전 사람들은 제대로 된 냉면과 김치비빔 맛을 보지 못할 것이다. 김 사장은 그 좋은 손맛을 썩힐 참이냐.” 그 말을 듣고는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었다.

▲ 수육과 김치비빔이 있는 냉면 한상 차림.
▲ 수육과 김치비빔이 있는 냉면 한상 차림.

김치비빔은 육수를 뽑고 난 아롱사태를 볶은 김치와 버무려 낸다. 냉면과 함께 먹으면 아주 잘 어울리는데, 그냥 먹어도 밥반찬으로 좋고 술안주로도 일품이다.

김치비빔은 김 사장의 자랑인데, 이북 사리원에서 김장김치가 익어갈 때 쯤 아롱사태와 김치를 버무려 먹었던 향토음식이라고 한다.

이를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바꾸고 그 맛을 지키고 이어 온 이가 김 사장이다.

냉면사랑 60년, 김현근 사장에게 냉면은 무엇일까. 김 사장은 “평양냉면과 김치비빔의 진정한 맛을 이어가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으로 산다”고 말했다. 장인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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