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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산(多産)의 꿈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 입력 : 2022.11.27 16: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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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많이 낳은 사람은 18세기 러시아에 살았던 피요르드 바실리에프라는 여성이다. 이 여성은 40년 동안 27번의 출산과 몇 번 쌍둥이를 낳아서 69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20세기 들어서는 칠레의 레 온 티나 알비나라는 여성의 44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 브라질에 사는 한 여인은 1946년 한 번의 출산으로 10명의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드물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0명 이상을 둔 다산 가정이 있지만 요즘은 아이가 많은 가정이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삼사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기조는 산아제한이어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것이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였다. 자식을 많이 낳은 사람은 미개인 취급 받기가 일쑤였던 것이 이제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아이를 못 낳게 하려고 포경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 중 잔여기간을 면제해주기도 해서 포경수술을 예비군 훈련을 안 받으려고 하는 사람도 꽤 많아질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내가인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출산율)가 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국인 스페인(1.23명), 이탈리아(1.27명), 일본(1.36명), 독일(1.54명) 보다도 낮은 0.75명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시골에서 아예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고, 도시에서도 많은 산부인과가 문을 닫고 아기용품점이나 아이와 관련된 장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골 소규모 학교는 1학년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많다고 하고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가 상당히 많다.

이제 정부에서는 출산장려정책으로 수백억씩 예산을 세우고 16년간 280조를 쏟아부으며 갖가지 인구부양책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몇십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주고 있다. 그리고 매월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육아수당도 대폭 늘려서 지급하고 있다. 또한 세 자녀 이상을 둔 교사는 그 시에서 15년 동안 근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불임부부에게는 불임 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들인 예산에 비하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최대변수로 인구절벽에 따른 노인인구 비율의 급증과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꼽힌다. 최근 인구변화 추이는 내수시장의 감소와 총부양비의 증대에 따른 경제 모멘텀 상실 위기가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인구절벽 문제가 성장의 위기를 넘어 국가 침몰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걱정으로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형 압축 성장은 저임금 노동력, 풍부한 인력자원, 즉 인구라는 ‘보너스’ 요인에 의해 지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인구는 오어스(onus)로 우리 경제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구 오너스의 시대’ 돌입이다. 문제는 한 번 줄어들기 시작한 인구 변동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최대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를 했다. 며느릿감은 결혼하면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단다. 듣던 중 정말 반가운 소리다. 식도 올리기 전에 먼저 손주를 많이 볼 생각을 하면 흐뭇하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산이 꿈이 되다니. 내가 아는 지인은 며느리가 손주를 세 명 낳았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하기만 하면 다섯 명은 낳고 싶다고 한단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대단한 여성이다 싶다. 요즈음은 길을 가다가도 아이를 여러 명 데리고 다니는 가족을 보면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가 있어 정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가정마다 한 명 또는 두 명밖에 없는 세상에 이런 일을 겪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옛날에는 자녀가 많아서 병이나 사고로 한두 명 죽어도 그래도 남은 자식이 많아 견딜 만했건만 지금은 이렇게 되면 부부만 남고 자식이 없는 가정이 된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정마다 한 자녀에게 매달리는 사람이 10명 이상이라고 한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 외삼촌,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고모, 삼촌, 엄마, 아빠 등 그러니 얼마나 아이가 귀하고 아이를 애지중지하는 걸 넘어 아이가 금쪽이 된 세상이다.

인구수가 급감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아이 한 명 키우려면 경제적으로 너무 큰 비용이 든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다. 농촌 총각들은 결혼하는데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여성들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농촌에 살지 않으려고 한다. 불임여성이 상당히 많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로 출산과 직업을 병행하기가 어렵고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를 안 낳거나 한 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홍보나 소극적인 대책으로 인구를 늘리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은 좋은 아파트를 장기 임대한다든지, 더 낮은 이자로 융자를 해주어 주거 걱정을 덜어주어야 한다. 결혼 안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집 걱정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그 외에 각종 세제 혜택을 늘려주고 병원비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얼마 전 ’고등학생 엄마’라는 프로그램에 29살 먹은 여성이 출연했다. 고3 때 임신해서 대학교 때 아이를 낳고 그 후 계속해서 세 자녀를 낳아 지금은 네 자녀를 두었다. 생활이 어려워 아이가 학원에 가고 싶어 하는데 못 보내주는 게 안타까웠다. 이런 가정도 찾아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암튼 다산이 꿈인 시대가 되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러시아에 가면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여기저기서 팔고 있다. 러시아에 다녀온 사람은 대부분 마트료시카 인형을 사서 온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고 다산인 가정의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그런 뒷받침이 현실성 있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들이 결혼하면 아이를 많이 낳을 생각이라고 하니 상상만 해도 흥이 저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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