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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효자는 웁니다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입력 : 2022.11.20 14: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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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중국의 철학자요 정치가인 맹자는 불효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게을러서 부모 봉양을 하지 않는 것’, ‘노름과 술에 빠져 부모를 유기하는 것’, ‘재물을 추구하고 자기 처자식만 편애하는 것’, ‘제 욕망만 좇아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 ‘싸우기 좋아하고 사나워 부모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 하였다. 또한 명심보감 효행편에서는 ‘오형을 받아야 하는 죄는 삼천 가지인데(五刑之屬三千), 그중 불효보다 큰 죄는 없다(而罪莫大於不孝)’라 하였으니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 중 불효의 무게는 짐작이 되질 않는다.

고려시대에는 불효 죄가 존재하였다고 하는데 반역죄만큼 중하게 다스렸다고 하였다. 돌이켜보면 현대를 사는 우리는 부모와 자식 간 갈등으로 패륜 범죄라는 신조어 탄생 중심에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어리석음은 존중받아야 할 부모님들께 불효라는 명목으로 마주하게 됨으로써 후회막급을 남기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효자를 직접적으로 처벌하지는 않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저지른 범죄는 가중처벌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요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불효자를 ‘뜨거운 효자’, 혹은 ‘불타는 효자’, ‘효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향후 노인인구 10명 중 8명이 치매 환자가 될 것이라는 예견이 대세인데 ‘긴병에 효자 없다’란 우리나라 속담도 있다. 아마도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속담일 것이다. 만약에 나의 부모가 치매라도 걸린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대부분의 자식은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준 부모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자신이 부모를 돌봐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벤트를 경험하면서 결국 거칠고 모진 말들을 쏟아내고, 더러는 부모·형제 간 다툼과 갈등으로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나의 경험은 이러하다. 보편적인 효도는 무조건 부모 곁에서 돌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부모 돌봄에 대한 자식들 간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덜 미안해진다.

내 나이 육십을 넘기고 어느 정도 내 자식들 뒷바라지 끝내고서 아흔에 이른 나의 아버지에게 효도하려고 다가갔는데 나의 아버지께서는 기다려 주지 않으시고 서둘러 떠나 버리셨다.

몇 해 전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늙어서 돈줄과 정신줄을 놓으면 자식들에게 짐이요, 나는 고생만 하다 가는 것이니 그전에 죽어야 한다’ 그 약속을 지키시려고…

아파 보아야 건강의 가치를 알 수 있고, 늙어 보아야 시간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하였는데, 나의 아버지께서는 서둘러 떠나신 게 아니고 기다리다 지쳐서 자식에게 짐이 될 것 같아 떠나신 것이다.

남아있는 슬기로운 자식들에게는 지나가 버린 세월을 정리하는 것도 소중하고 다가오는 세월을 관리하는 것은 더욱 소중하니, 부모님에게 남은 시간을 황금같이 여기고 자식들에게 남은 시간은 강변의 돌 같이 여기는 철학이 필요할 것이다.

인생은 거창한 무대이자 화려함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나의 출연 시간은 사실 얼마 되질 않는다. 그러므로 조명받는 무대일수록 관람 시간은 짧은 것이 오히려 내 삶에 있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세월이 촉박한 매미는 새벽부터 울어대고, 여생이 촉박한 노인은 저녁부터 심란하다고 하였다. 자식 없는 노인은 노후가 쓸쓸하기 쉬우나, 자식 많은 노인은 노후가 심란하기 쉽다고 한다. 나는 어리석게도 임종 직전에 처음으로 나의 아버지께 ‘아버지, 사랑합니다. 저를 이 세상에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라고 나의 진심을 전해드렸다. 자신이 행복해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였는데 나의 부모님들은 나에게 가시고기의 삶으로 사셨고 먼 길을 떠나셨다.

나의 아버지를 등 뒤에 두고 돌아서는 나의 마음이 왜 이리도 아프고 미어지는지…

아버지, 늘 한결같이 손 흔들며 흐뭇한 미소 보여주시던 당신의 모습을 나의 눈에 가슴에 많이 많이 오래도록 새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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