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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전통시장] “총각 총각 삽다리 총각... 장가도 안가고 개갈안나네"

예산 삽교 5일장, 풍요롭고 넉넉한 인심 더해 충남 서부 교통의 중심으로 성장

  • 입력 : 2022.10.14 13:35
  • 기자명 By.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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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자리가 2일과 7일이면 어김없이 장이 서는 삽교 오일장 터 전경. (사진=홍석원 기자)
▲ 끝자리가 2일과 7일이면 어김없이 장이 서는 삽교 오일장 터 전경. (사진=홍석원 기자)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특히 충청도 장터는 느긋한 말투와 후한 인심으로 어딜 가도 즐거움과 인정이 넘쳐난다. 대를 이어 만들어내는 맛깔나는 음식과 저렴한 가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 한번씩 지나가다 들르는 곳, 서민들과 함께 나누고 위로가 되는 곳, 옆집이 잘 되면 덕을 보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에 착한 가격은 둘째 치고 우선 찾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50여년 내공의 어르신들과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장사 경험을 쌓고 있는 청년상인들까지 함께 부대끼며 오늘보다 내일을 꿈꾸는 충남의 전통시장들을 톺아본다. (편집자 주)

60년대 라디오 연속극 삽다리 총각 공전의 히트... 전국에 이름 알려

▲ 삽교에 가면 유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곱창집과 소머리국밥집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진=홍석원 기자)
▲ 삽교에 가면 유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곱창집과 소머리국밥집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진=홍석원 기자)

총각 총각 삽다리 총각 / 꽃산의 진달래 손짓을 하는데 / 장가는 안 가고 날일만 할텐가 / 개갈이 안 나네 개갈이 안 나 / 주래뜰 논두렁 개갈이 안 나 / 총각 총각 삽다리 총각// 총각 총각 삽다리 총각 / 용머리 능금이 빨갛게 익는데 / 장가는 안 가고 들일만 할텐가 / 개갈이 안 나네 개갈이 안 나 / 새터말 새악시 개갈이 안 나 / 총각 총각 삽다리 총각

삽교는 예산군의 중서부에 위치한 읍으로 삽교천이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다. 드넓은 평야처럼 넉넉한 인심 속에 마음이 풍요롭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고장이다.

‘삽다리’라고 불리는 삽교는 지난 2013년 충남도청 이전과 함께 나날이 발전되고 있으며, 서해안 복선전철과 함께 서부지역의 중심 교통의 요충지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삽교(揷橋)는 섶다리에서 유래한 말로, 섶다리가 변하여 삽다리가 된 것이 현재 삽교라 부르게 된 것이라 전한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강 건너에서 시집와 살던 새아씨가 친정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건너지 못하여 애 태우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섶으로 다리를 만들어 건너게 하였다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처럼 다리가 지명으로 정해진 삽교는 1973년 면이 읍으로 승격되었으며, 장항선 삽교역이 위치하며, 45번 국도와 609번 지방도, 619번 지방도를 이용해 인근의 수덕사, 덕산온천 및 윤봉길 의사의 생가 등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이다.

특히 1967년 농촌에 정착해 사는 삽다리 총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KBS의 라디오 연속극 ‘삽다리 총각’이 라디오마저 드물던 시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조선시대 보부상 장사길이 자연스레 시장으로 발전

충청도의 인심과 정서가 녹아있는 삽교 5일장은 끝자리가 2일과 7일 열린다. 옛날 전국을 떠도는 보부상들이 1일 여정의 장사길을 형성하여 만든 것이 자연스레 시장으로 발전했다.

예산지역 보부상의 관할지역의 하나인 삽교의 오일장은 그렇게 형성되었습니다.

삽교장터를 찾은 날은 가을이 익어가고 들녘에는 벼이삭들이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터 마당에는 제철에 나는 각종 농산물로 그득하다. (사진=홍석원 기자)
▲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터 마당에는 제철에 나는 각종 농산물로 그득하다. (사진=홍석원 기자)

생선류와 콩, 열무 양파, 부추, 고구마 줄기, 대추 등 제철에 볼 수 있는 농산물이 장터를 채우고 있다. 햇밤이 한 망에 1만원, 단감 한 망에 5천원이다.

얼핏 둘러니 손님보다 좌판을 벌인 상인수가 훨씬 많아보였다. 젊은이들은 콧빼기도 안보인다.

▲ 쌀쌀한 가을날에 더욱 손이 가는 찐빵이 하얀 김을 뿜어내며 손님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홍석원 기자)
▲ 쌀쌀한 가을날에 더욱 손이 가는 찐빵이 하얀 김을 뿜어내며 손님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홍석원 기자)

하지만 연신 하얀 김을 뿜어내는 찐빵이 발길을 잡아 끈다. 밀가루를 풀풀 날리며 꽈배기를 만드는 남편과 한쪽엔 떡볶이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아내의 모습이 정겹다.

이날 장터에서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물건값을 물어보는 것도 웬지 미안해 포기했다.

여기저기서 비싸다는 소리와 함께 슬그머니 흥정하던 물건을 내려놓는 통에 “클났슈... 우리는 아직 개시도 못했다니께”라는 한숨 섞인 응대 때문이다.

골목을 끼고 대략 4개 블록에 대략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60여개의 좌판이 고작이었다. 좌판 수가 다른 날보다 반 가까이 줄었단다.

▲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내다 파는 한 어르신이 모처럼 찾은 손님에 반가운 듯 덤을 챙겨주고 있다. (사진=홍석원 기자)
▲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내다 파는 한 어르신이 모처럼 찾은 손님에 반가운 듯 덤을 챙겨주고 있다. (사진=홍석원 기자)

다만 장터답지 않게 잘 정리된 골목길에 옛집과 현대식 집들이 조화를 이루어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소머리국밥·삽교곱창집 즐비... 한일식당 전국의 먹거리 명소로

▲ 삽교에 가면 유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곱창집과 소머리국밥집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진=홍석원 기자)
▲ 삽교에 가면 유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곱창집과 소머리국밥집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진=홍석원 기자)

천천히 둘러보니 가마솥장터국밥, 삼촌네소머리국밥, 삽교소모리국밥, 다도곱창, 원조신창집, 삽다리곱창, 만수곱창, 더마니곱창 등 삽교 장터 일대에는 유독 소머리국밥과 곱창집이 즐비하다.

어딜 가도 그 맛이 그 맛 일테지만 작은 차이가 손님들의 입맛에 따라 손님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날 만큼 서로 몇 십년 내공을 무기로 경쟁하고 있었다.

특히 5일장날 장터 한켠에서 점심때만 운영하던 한일식당은 소머리국밥 하나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작고 허름하던 식당을 한옥형태의 큰 저택의 대형식당으로 성공신화를 썼다. 점심시간 전인데도 넓은 주차장이 차들로 꽉 들어찼다.

무슨 일을 할 때 설렁설렁 대충 하는 모습을 보고 옛사람들은 ‘소대가리에 소금 뿌리듯 한다’고 했다던가... 또 어떤 정치인은 상대방의 발언을 ‘푸줏간의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고 비야냥 대기도 했다.

이처럼 남을 비하할 때 자주 쓰는 소대가리가 이곳에선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평소 자주 찾던 손님들은 가격이 올랐는데 양도 줄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이런 불만도 녹여낼 만큼 손님들이 많다.

마침 장터 바로 옆 삽교초등학교에서 시끌벅쩍 확성기 소리가 울려댔다. 시골이나 도시나 다르지 않다. 슬쩍 들여다보니 가을 운동회 날이다. 아이들 운동회인지 어른들 운동회인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학부모가 더 신났다. 진행자의 입에서도 아이들은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다독인다. 그래도 지켜보는 내내 아이들 얼굴에서는 함박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14일부터 삼국축제... 공연·체험 프로그램으로 가득

마침 예산군에서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예산장터의 추억과 시골 장터의 인심을 만끽할 수 있는 삼국축제가 펼쳐진다. 여기서 삼국은 국화, 국수, 국밥을 일컫는다.

축제는 예산장터를 고스란히 녹여낸 전시 공간과 공연장, 먹거리 행사장 등을 통해 관람객들이 편하게 즐키고 시골 장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오일장과 함께 할 계획이다.

▲ 삽교 5일장 인근 주택에 도둑을 막으려 깨진 유리들로 장식한 담장이 60~70년대 정취를 자극한다. (사진=홍석원 기자)
▲ 삽교 5일장 인근 주택에 도둑을 막으려 깨진 유리들로 장식한 담장이 60~70년대 정취를 자극한다. (사진=홍석원 기자)

공연과 체험 콘텐츠도 풍성하다. 개막식에서는 국화 전시장 점등식을 시작으로 가수 ‘노라조’와 풍류대장 ‘이윤아’, 팝페라 ‘한아름’의 신명나는 축하공연이 불꽃놀이가, 둘째날인 15일에는 미스터트롯의 정동원과 신성, 쇼미더머니 ‘머쉬베놈’, 예산대표 태지나와 서젬마의 맞짱 콘서트 ‘삼국대전’과 어린이들을 위한 예산장터 매직 서커스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올 가을 가족과 함께 예산장터 삼국축제에서 맛과 즐거움을 한껏 느껴보자. (글·사진=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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