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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가을입니다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 입력 : 2022.10.10 14: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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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문화속으로] 가을입코스모스 꽃이 예쁜 가을입니다. 여름내 폭양에서 비바람을 이기고 천둥을 견디더니 햇살처럼 따스한 꽃이 뚝방을 환하게 물들입니다. 그리고 저기 출렁이는 황금물결 가운데 탐스럽게 영근 채 고개 숙이고 있는 벼이삭 또한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씁니다.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아버지도 여전하시구요. 이곳은 엄마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을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호되게 홍역을 치루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는 중이랍니다.

우리 가족은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도 내려다보고 계셨겠지만 큰아이는 지난 6월에 결혼을 했어요. 사위도 무던한 성격이라 잘 맞는 듯 하구요. 코로나로 인해 아직은 하늘길이 완전히 열리지 않아 비행을 못하고 쉬고 있답니다. 그 아이는 성격이 느긋하고 현명한 아이라 조바심 내지 않고 즐기면서 살고 있어요. 쉬는 기간 동안 하고 싶은 것 한다면서 작사 학원을 등록 했다고 하네요. 어제도 통화를 했더니 친구들과 만나는 중이라며 해맑게 웃는 소리들이 들려와 저까지 마음이 포근해 졌어요.

작은아이요? 그 아이는 엄마의 예견대로 아직도 까칠해요.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어 봐야 어른이 된다고 하잖아요. 어릴 때처럼 다정다감해 지려나 하고 지켜보고 있어요. 그래도 일에 있어서는 프로정신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하고 있답니다. 엄마가 그러셨지요? 그 아이는 커서도 손 안 가게 할 아이라고, 독립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위로를 삼고 있답니다.

저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냐고요? 뭐라 말해야 할까요? 엄마 제가 벌써 내년이면 환갑이에요. 언니들은 우리 막둥이가 예순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면서 엄마가 너를 낳던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무명 이불에 둘둘 말려서 아랫목에 있었다는 얘기부터 “5살 밖에 안 되는 내가 막둥이 너를 업고 밭으로 젖을 먹이러 갔단다. 산 속에 있는 밭이라 너무 무서워 너를 꼬집어서 울게 만들고 같이 울면서 엄마를 만났다”하는 수백 번도 더 들었을 그 레퍼토리를 아직도 듣고 있답니다. 그래도 엄마와 추억이 담긴 이야기라 질리지 않고 듣고 또 듣고 있어요.

이 계절 문득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통찰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는 강의를 하면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괴로워요. 추진력만 믿고 일을 추진하면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서두른 만큼 시행착오와 오류가 있는데, 동동거릴 수밖에 없는 내 현실에서 최선이었다고 생각 했는데 그것 또한 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있어요. 마라톤에서처럼 필요이상의 속력은 완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골인 지점에 나 혼자만 비틀거리며 도착한 느낌이랄까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모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판단의 오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으니 곧 해답을 찾을 거예요. 어제 장에 나갔다가 아버지가 좋아하는 버섯을 샀어요. 아버지랑 버섯 따러 갔을 때 하신 말씀이 떠올랐어요. 눈에 띄게 화려한 것일수록 독버섯의 경우가 많다고 하셨던 말씀요. 그것에서 벌써 절반의 해답은 얻었어요.

엄마, 가을의 아름다움이 절정으로 가고 있네요. 늘 이때가 되면 집 뒤의 빨갛게 익어 가던 감나무의 감과 지붕위로 펼쳐졌던 비봉산의 푸르디푸른 하늘이 생각나서 울컥 해지고는 해요. 엄마 이 가을 편안한 날들이기를 바라며 곧 다시 편지 쓸게요. 막내 딸 올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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