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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얀 기다림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 입력 : 2022.03.13 13: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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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전화나 메시지 등을 통한 반가운 소식을 기다린다. 몇 번씩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누군가와의 대화채널이 연결되기를 마음 깊숙이 고대하고 있다. 막연히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지난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외롭고 애틋한 감정의 색채로 다가올 수도 있다. 누군가를 향한 막연한 기다림일 수도,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기다림 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기다림의 시간은 초조하고 녹록하지 않은 것임이 분명한 것 같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청소년기 때는 원하는 학교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청년기에는 자신이 지원한 직장 채용 결과를 기다리고, 장년기에는 승진을 기다리고, 결혼 적령기에는 원하는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린다. 끊임없이 기다리고 기다려야하는 과정이 인생이란 것을 어렴풋이 알 때 쯤 시간의 석양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때로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나이든 어르신들은 자식이나 지인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리고 그 어느 때 보다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신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다가올 내일에도 구체적으로 지금 소망하고 있는 좋은 소식이나 또는 막연히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를 기다릴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매일매일 무언가를, 그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게 될 것이며 기다림이 없는 시간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자식이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날에는 항상 문밖에 미리 나와서 우리의 만남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 때의 어머니 심정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해 “왜 힘들게 미리 나와 계시냐”며 투덜댔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기다림이 힘들어도 어쩌면 기다릴 대상조차 없는 것 보다는 기다리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어머니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이 세상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고 어머니를 뵐 수도 없다. 그때 느끼는 막막함의 크기를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어딘가에 살아계시기만 해도 얼마나 좋을까? 기다림의 의미는 희망 줄을 놓지 않고 붙잡고 있는 것이고 삶의 의욕이 아직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다림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종종 표현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절박한 사람들의 아픈 소식을 언론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과연 우리들은 그들을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위로와 힘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작은 도움조차 줄 수 없음에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순간이다. 모든 인간은 학력이나 경제력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또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외로움을 벗 삼아 살아가는 존재이며 항상 기다림을 일상으로 해야 한다. 단지 사람마다 외로움의 강도와 삶의 고단함으로 생긴 굳은살의 두께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얀 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간절히 무언가를 기다려야 하는 하얀 기다림! 아픈 사람들은 건강회복을 기다리고 시험에 불합격된 사람은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배우자를 기다리고, 집이 없는 사람은 아파트 당첨이나 집을 매매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은 살아있는 동안 내내 계속될 것이다. 우리 곁에 색동옷을 입고 개나리 빛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 화창한 봄의 계절에,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한 기다림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무지개빛 해피엔딩을 꿈꿔본다. 아울러 봄꽃이 피는 희망의 소리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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